올해 첫날, 공백을 본 후의 마음의 요동을 진정시키기 위해 가벼워 보이는 영화를 하나 재생시켰다.
제목만 봤을 때는 미타니 코키(三谷幸喜)의 영화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고, 미타니 코키가 잠깐 출연을 하고는 있었다.
다카라즈카 출신의 아마미 유키와 고독한 미식가의 마츠시게 유타카 아저씨가 부부로 나오는 영화였다.
평범한 회사원의 아내인 아마미 유키가 노후자금을 모으기 위해 아등바등 절약을 하지만,
시아버지의 장례식, 딸의 결혼식, 남편의 실직, 철없는 시어머니가 치는 사고 등이 겹치면서 목표로한 노후자금 모으기는 물 건너간다는 내용의 코미디 영화이다.
코미디 영화이기 때문에 도를 넘는(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은 더하기 때문에 절대 있을 수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일들의 연속이고 일본 영화 특유의 '감동으로 결말'을 맺는데, 처음부터 노후자금을 해결하는 방법을 기다리며 본 건 아니지만 결론이 대체 왜 이런가요로 끝이 났다.
그러니까 노후자금이 없어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은데 물론 그건 나도 동의합니다.
넉넉하게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없는 대로 즐겁게 행복하게 살아야지 별 수 있나.
모든 사람이 각자 사는 방식이 있다지만 좀 뜬금없었다.
즐겁고 가벼운 영화인데 뭔가 모를 찝찝함을 버릴 수가 없어 영화 제목으로 검색을 해 보았더니 야후 지혜주머니(知恵袋. 한국의 네이버 지식인)에 이런 질문이 있었다.
"'노후자금이 없어'란 영화 뭔가 열받지 않나요?"
무슨 말인가 싶어 내용을 보니, 노후자금이 없어도 괜찮다고 연기하는 저 배우들 모두 실제로는 노후자금 걱정이 전혀 없는 사람들 아니냐는 것이다.
오호, 그렇기도 하네.
아무리 영화는 영화라지만 현실에서는 진짜 노후자금으로 불안하고 고생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으니까.
아무튼 이 영화에서 좋았던 것은 아마미 유키와 마츠시게 유타카 부부가 아주 사이가 좋다는 것이다.
역시 부부사이가 원만하면 고난과 역경도 잘 이겨낼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