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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공백' (空白 くうはく 구우하쿠)

이혼을 하고 딸을 혼자 키우는 아빠.

굉장히 무뚝뚝하고 금방 화를 내는 성격. 어부로서 일은 열심히 하지만 딸과의 따뜻한 대화 같은 건 없다.

 

배우 이름 : 古田新太(후루타 아라타)

 

그 아빠의 중학생 딸.

어딘가 어리숙하고 조용한 성격.

느릿느릿해서 선생님께 꾸중도 많이 듣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존재감이 없다.

배우 이름 : 伊東蒼(이토 아오이)

 

어느 날 중학생 딸이 슈퍼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슈퍼 점장에게 걸린다.

배우 이름 : 松坂桃李(마츠자카 토리)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슈퍼를 운영하는 이  점장은 굉장히 나약하고 기가 약한 남자이다.

 

점장은 중학생을 붙잡아 사무실로 데려가려 한다. 저 중학생은 그것을 뿌리치고 도망간다.

점장이 그 뒤를 쫓고 아이는 도망가다 지나가던 차에 치여 죽는다.(정확히는 그 차에 치여 쓰러진 아이를 트럭이...)

 

이 일련의 사건 안에서 딸의 죽음을 납득할 수 없는 아버지와 죄책감에 몸부림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는 슈퍼 점장, 또 한 명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운전자, 어떻게든 조용히 묻고 가고 싶은 학교, 자극적인 부분만 편집해서 떠들어대는 매스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하 스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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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는 이 사건으로 크게 인생이 망가지는 세 명이 등장한다.

 

바로 딸을 잃은 아빠, 그리고 죽음의 원인이 된 슈퍼 점장, 갑자기 도로에 튀어나온 아이를 치여 죽이게 된 운전자.

 

딸을 잃은 아빠

 

이 아저씨는 딸이 물건을 훔쳤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원인을 제공한 슈퍼 점장에게 분노하고 끈질기게 괴롭힌다.

 

 

점장은 몇 번이나 사죄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슈퍼의 손님도 끊기게 되고 자살 시도까지 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결국 아버지에게 물려받았던 슈퍼는 문을 닫는다.

 

아이를 치게 된 젊은 여성 운전자는

배우 이름 : 野村麻純(노무라 마스미)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그리고 혼자서도 찾아와서 중학생의 아버지에게 사죄하지만 받아주지 않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중학생의 아버지가 장례식에 찾아간다.

 

여기에서 아주 인상 깊은 장면이 나온다.

찾아온 중학생의 아버지를 보고 자살한 운전자의 어머니가 나오는 장면.

 

배우 이름 : 片岡礼子(가타오카 레이코)

 

정말 당연히 중학생의 아버지를 향해 당신이 내 딸을 죽였다고 소리 지르며 쫓아낼 줄 알았다.

중학생의 아버지도 그것을 예상했는지 자기가 먼저 "절대 사과 받아 줄 생각 없으니까."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 어머니가 저 상황에서 중학생 아버지에게 머리를 숙인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딸이 이렇게 죽음을 택할 정도로 나약하게 키운 건 자기 잘못이라고.

딸이 지은 죄는 자기가 다 지고 가겠다고.

그렇지만 우리 딸은 아주 밝고 작은 일에도 크게 웃는 착한 아이였어요. 라고.

그래도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라고.

 

영화를 보면서 이 장면에서 오열했고 이걸 쓰는 지금도 눈물이 난다.

 

나는 운전자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도로에 튀어나온 아이였으니까 고의성이 없었다.

그러니까 어머니, 왜 당신이 사과를 해요!! 저 성질 고약한 아저씨한테!!!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 일로 중학생의 아버지에게 변화가 생긴다.

누구나 예상한 대로 어머니가 화를 냈었다면 저 중학생의 아버지는 하던 대로 폭주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저 일로 저 중학생의 아버지도 겨우 제정신을 찾게 된다.

자기가 지금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이 영화는 아버지 캐릭터를 조금 더 잘 그렸었다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을 한다.

아버지 성격이 너무 나빠서 전혀 동정이 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저 정도로 성격이 나빠도 조금은 인정이 있다거나 저런 성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등의 설명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물론 마지막에는 조금 좋아지기는 하지만 워낙에 성격 나쁜 사람이었던지라 이제 와서 갑자기?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슈퍼 점장.

 

 

이 사람은 너무 나약해서 실제로는 사이코패스이거나 변태 같은 건가?라는 의심이 될 정도였지만,

그냥 나약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이 사람의 마지막 장면.

그 장면이 없었더라면 난 아마 이 리뷰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슈퍼 문을 닫고 공사 현장의 교통정리 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점장.

혼자 도시락 먹는 곳에 누군가 아는 척을 한다.

"혹시 그 슈퍼 점장 아니세요?"라고.

또 TV에서 본 것을 기억하고 귀찮게 하려나 싶었는데,

이 사람을 죄책감과 구렁텅이에서 조금은 빠져나오게 해 줄 이야기를 남기고 간다.

이 영화를 보면서 두 번 울었는데, 두 번째가 바로 이 장면이었다.

제발 행복하세요...

 

성질 나쁜 아저씨도, 아마 분명 원래는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닐 테고 표현을 못 할 뿐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나중에는 사과라는 것도 하고 눈물도 흘리니까.

 

 

그래도 두 번을 볼 수 없는 영화였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