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만 읽었다.
책을 편식해도 되나 신경이 쓰여 다른 장르에 도전을 하는 일도 아주 간혹 있었지만, 언제나 시시해져 다시 소설로 돌아왔다.
소설만 파다 보니 좋아하는 작가도 명확해지고 몇 번을 도전해도 나와는 영 맞지 않는 작가도 늘어났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해 더욱 더 다른 장르의 책은 생각도 하지 않게 되었다.
모처럼 기온이 뚝 떨어져 가까스로 겨울 느낌이 나던 며칠 전 아침, 갑자기 에세이를 읽고 싶어졌다.
그동안 도전은 했지만 그다지 공감은 하지 못했던 소설 이외의 장르.
에세이를 읽던 내 얼굴은 무표정이었을 것이다. 내용이 아니라 글자를 읽고 있었을 테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에세이를 만날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가득한 책장을 물끄러미 보다가 깨달았다.
인기 에세이를 찾을 게 아니라 작가의 이름을 검색해 보자.
내가 사랑하는 소설가는 어떤 에세이를 썼을까?
검색 후 곧장 서점으로 달려갔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랜만에 서점에 가기 전부터 기대감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소중한 그 책을 고이 집으로 가지고 와서 곱게 커버를 씌웠다.
겨울날 아침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는 그 시간에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시린 손으로 책을 펼쳤다.
첫 페이지부터, 아 너무 재미있었다.
소설도 재밌었는데 에세이는 더 재밌잖아.
감동으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너무 행복했다. 아니 아직 다 읽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소설도 잘 쓰는데 에세이는 더 잘 쓴다는 그 사실이 너무나 행복해서,
어딘가에 이 기분을 기록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어 티스토리를 시작했다.